티스토리는 처음이라서 마치 총각이 처음 장가를 가듯 내 마음을 셀레게 한다.
내가 처음 극작을 발표한 때는 1998년이고, 제대로 발표한 때는 2000년이다.
1998년에 발표한 작품은 모 신문사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쓴 <깡통공화국>이었다.
IMF로 나라가 경제위기에 처해 있을 때였다.
로마는 서서히 망했고, 대한민국은 하루 아침에 망해 사람들에게 깡통을 채워줬다는 뭐 그런 이야기였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모모 시설공단의 창작후원으로 막은 올려졌지만,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등단도 못한 초보 작가로서 작품성도 이야기의 구조도 별 볼일 없는 작품이었다.
초보작가의 순수성만 작품 속에 베어 있을 뿐이었다.
깡통공화국 작품의 공연 작업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그저 돈 몇 푼 받으려고 했던 것 같다.
방송과 신문기사는 앵벌이들의 이야기로 도배를 했다.
말짱한 사람들을 끌고가 약물을 투여해서 장애인을 만드는 인면수심의 추악한 일들이 발생했다.
돈독이 난 파렴치한 자들이 말짱한 이들을 장애인을 만들어 거리로 버스로 전철로 내보내 조직적인 앵벌이를 시키는 사회의 추악한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러한 일들은 IMF 위기속에서 더욱 기승을 부렸다.
그런 문제의 시회 이야기를 소재로해서 쓴 처녀작품이었다.
다음해에는 지역의 극단이 대한민국연극제 지역 예선 대회에 출품해서 우수작품상을 받았다고한다.
작품을 쓴 나는 우연히 그 공연을 했던 지역에 방문했다가 지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작품을 잘 썼건 못 썼건 작가의 허락을 받고 공연을 하는 것이 마땅 일인데 그들은 당시 나에게 어떤 통보도 승인도 없이 공연을 해서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땅을 팔고 버리고 간 표고 버섯 밭에 지인들과 함께 가서 표고버섯을 자루에 한가득 따왔다.
땅 값을 크게 보상 받았으니 버섯이 무슨 소용있겠는가, 덕분에 나는 표고벗을 잔뜩 얻었다.
찌개용 돼지고기를 사서 고추장과 섞어 표고버섯 찌개를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드로잉을 가르치던 막내 동생을 불렀다.
'형이 만든 표고버섯 찌개인데 먹어봐라'
'이 많은 버섯을 어디서 얻었어?'
'얻기는 따왔지. 맛있는 것 한 번 못사주니 미안해서 만들어 봤다.'
'남은 책 팔아서 산 것은 아니지?'
'ㅎㅎ 돼지고기는 삼국지 팔아서 샀고, 표고는 내가 진짜로 따온 것이야.'
'좌우간 맛있네. 형 음식솜씨는 역시 뛰어나'
아무런 양념도 넣지 못한 오로지 고추장만 넣고 만든 표고버섯 찌개를 맛있다고 먹어 준 그날의 동생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 이후 나는 와신상담하며 세상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전국을 떠돌며 무언가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2년 여를 떠돌다가 울산에서 학생들 연극을 가르치며 "채팅2000"이라는 가상 공간의 이야기를 극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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